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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키즘34

왜 함께 축제하는가?―명‘동행’ 참가 보고 왜 함께 축제하는가? ―명‘동행’ 참가 보고 꽹과리의 울음소리를 신호 삼아 풍물패가 거리의 북적거림에 가담했다. 그 뒤를 따르는 세종호텔 노조와 민주노총 동지, 그리고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을 포함한 여러 단체로 이뤄진 연대 행진은 화창한 겨울 하늘 아래 명동 거리로 스며들었다. 익살 넘치는 풍물패의 박자에 맞춰서 우리는 사전에 나눠 받은 국자를 양손에 쥔 채 부딪혀 소리 내며 행진했다. 주변 가게에서는 가사를 알아듣기 힘든 노랫소리가 나왔고, 노점상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풍겼고, 행렬을 에워싼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흥미에 찬 눈빛으로 우리를 관찰했다. 소란스럽고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그만큼 즐겁다는 말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축제였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6일, '우리들의 상호.. 2022. 11. 29.
지금 당장, 바로 이곳에서―2022년 전태일 열사 제52주기 전국노동자대회 참여 보고 지금 당장, 바로 이곳에서 ―2022년 전태일 열사 제52주기 전국노동자대회 참여 보고 올해도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전태일 열사 기일에 즈음하여 개최되는 전국노동자대회에 함께 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로, 지난번보다 훨씬 많은 동지들과 함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게 되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특히나 이번에는 서울대학교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학’ 동지들의 깃발로 말랑키즘 깃발 아래 함께 걸고 참가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더욱더 많은 현장에서, 더욱더 많은 학교에서 말랑키즘과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모아낼 수 있도록 이후로도 끊임없이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되새긴다. 말랑키즘의 이번 노동자대회는 사실 노동자대회 당일인 11월 12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한 주 전인 .. 2022. 11. 13.
우리는 스스로 안전할 수 있다―이태원 참사 현장 추모 방문 보고 우리는 스스로 안전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추모 방문 보고 이태원 쪽으로는 자주 다니지 않았습니다. 녹사평역 방면으로 가면 커다란 신발을 파는 가게들이 있기에, 제 발에 맞는 제품이 있나 기웃거린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지난 목요일에는 다른 이유로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말랑키즘 안의 분과인 서울대학교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학" 명의로 학내에 붙인 대자보를, 사건 현장에도 게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몇 번 방문하지 않아 본 제게도,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익숙한 길거리였습니다. 수도권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가본 적 있는 곳, 이태원은 그런 장소인가 봅니다. 그러나 그 풍경을 낯설게 하는 것은 역시 수북하게 쌓인 국화꽃과 추모의 글귀,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들, 그리고 섬뜩하게 뻗은 골.. 2022. 11. 6.
일본 교토 지역 활동가 교류 보고 일본 교토 지역 활동가 교류 보고 지난 8월 19일, 필자는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을 대표해 일본의 간사이 지역 대학 동지들을 만나고 왔다. 원래 교토 방문 계획은 7월 중에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침 그 당시 한국에서는 거제도에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한창이었고, 그 때문에 예약해 두었던 항공권, 숙소 등을 전부 취소하고 새로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거기에는 아무런 후회도 없다. 모든 선택은 결과와 더불어 기회비용을 낳는다. 노동자로서, 또 아나키스트로서 당시 내린 그 판단에는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는다. 다만 교토로 향하며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은 방학 기간이라 대학가가 한산해진 관계로 애당초 준비했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아나키즘에 대해 관심을.. 2022. 8. 22.
수해 복구 상호부조 활동 보고 수해 복구 상호부조 활동 보고 중부 지방에 전례 없는 폭우가 내리고 난 지난 주말,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강남구 소재 판자촌 구룡마을과 관악구 반지하 주택가에서 진행된 수해 복구 활동에 참여했다. 토사에 유린당한 판잣집과 물이 들어찬 반지하 방의 모습은 참혹했다. 수해를 입은 분들이 조속히 일상을 되찾기를 기원하며, 이번 재난에 희생된 분들께도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이번 사태를 겪고 정부는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는 듯 부랴부랴 주거 취약 가구의 실태를 조사하고 있으며, 언론 역시 영화 “기생충”에서 묘사된 모습을 인용하며 연일 보도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 복구 활동에 동참한 이들은 글과 영상으로는 미처 다 전해질 수 없는 절망감, 그리고 그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구조적 불평등을 온.. 2022. 8. 16.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연대, 네 번째 연대를 마치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연대, 네 번째 연대를 마치고 1. 우리들의 진수식 7월 23일 토요일, 거제로 모인다는 희망버스와 함께하기 위해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다시 거제로 향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소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을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복직투쟁 당시 35m 상공의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현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살리기 위한 희망버스와 같은 버스. 그동안 말랑키즘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하기 위해 세 차례(6/25, 7/2, 7/8) 거제로 향했었다. 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23일 거제행을 준비하고 있던 중, 22일 오후께 하청 노사 간의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협상 결과는 일견 실망스럽다고.. 2022.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