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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성명 및 활동

왜 함께 축제하는가?―명‘동행’ 참가 보고

by 말랑키즘 2022. 11. 29.

왜 함께 축제하는가?

동행참가 보고

 

 

   꽹과리의 울음소리를 신호 삼아 풍물패가 거리의 북적거림에 가담했다. 그 뒤를 따르는 세종호텔 노조와 민주노총 동지, 그리고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을 포함한 여러 단체로 이뤄진 연대 행진은 화창한 겨울 하늘 아래 명동 거리로 스며들었다. 익살 넘치는 풍물패의 박자에 맞춰서 우리는 사전에 나눠 받은 국자를 양손에 쥔 채 부딪혀 소리 내며 행진했다. 주변 가게에서는 가사를 알아듣기 힘든 노랫소리가 나왔고, 노점상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풍겼고, 행렬을 에워싼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흥미에 찬 눈빛으로 우리를 관찰했다. 소란스럽고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그만큼 즐겁다는 말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축제였기 때문이다.

 

   지난 1126,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의 복직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명동역 6번 출구 앞에서 열린 명동행돌아온 관광객, 돌아오지 못한 호텔리어 축제에 참여했다. 13시부터 세종호텔 앞에 모여 준비를 돕고, 15시부터 시작한 행진과 나머지 행사에 참가했고, 행진에 이어서 18시에서 20시까지 민주노총이 주관한 노동문화제에 끝까지 참여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힘입어 무려 세 단위의 풍물패와 함께 명동 일대를 신나게 누볐고, 저녁에는 쌀쌀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문화제를 즐겼다. 말랑키즘 동지 중 노래를 따라 부르다 함께 축제를 즐기던 합창단의 명함을 받으며 길거리 캐스팅까지 받은 동지도 있었으니 우리 모두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왜 명동행이라는 행사를 준비하기로 했는지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복직한 것도 아닌데, 뭣 때문에 이런 축제를 준비한 거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렴 설마 이렇게나 염세적이고 재미없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비염세적인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굳이 허수아비를 세워 이 질문에 답변을 제시해볼까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변은 역시 김진숙 지도위원이 복직하며 이야기했던 것처럼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주명건이라는 인간이 언제 제 똥고집을 꺾을지 모르는데, “싸울 맛이 나야 그날이 올 때까지 기운을 잃지 않고 나쁜 놈 엉덩이를 힘껏 걷어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아직 축제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하는 말이다. 코로나 이후 돌아온 관광객에게 돌아오지 못한 호텔 노동자의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해달라고 선전하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다. 행사 이름이 괜히 명동행인 것이 아니다. 이것이 정말로 효과적이었는지는 시간이 더 지난 뒤에나 알 수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앞서 여러 번 언급한 풍물패 말고도 세종호텔 동지들이 우리 모두에게 나눠준 요리사 모자는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했고, 저녁 문화제에서는 수많은 행인이 발걸음을 멈췄다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하나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모든 집회와 공통된 것이다. 우리 중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나머지는 기꺼이 부름에 응할 것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것.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어 투쟁을 이어가는 것이다. 자본주의 논리 또는 법률이라는 강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내가 함께하는 위치에 있지만, 언젠가는 내가 함께 해주기를 요청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 엮여 있다는 상호부조의 원칙에 의해서 우리는 움직이는 것이다.

 

   말랑키즘은 이런 모든 이유로 즐겁게 명동행축제를 즐겼다. 사람이 이렇게나 서로를 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마음과 감정을 토대로 새로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는 지금 바로 당장 실천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명동에서 세종호텔 동지들과 동행했다. 세종호텔 동지들이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가는 날까지, 나아가 우리 모두의 해방을 쟁취해내는 날까지, 우리는 가끔은 슬퍼할지라도, 의지로 기뻐하고 즐기며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다.

 

 

20221129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