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예비 새내기 아나키스트 미리배움터〉 활동 보고
지난 2월 4일 토요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작년 11월부터 준비해온 사업이자 올해의 첫 기획사업인 〈2023 예비 새내기 아나키스트 미리배움터〉(이하 미리배움터)를 진행했습니다.
미리배움터는 총 3부로 구성하였습니다. 1부에서는 ‘우리에 대하여’를 함께 보며 말랑키즘이 어떤 조직인가를 살펴보고, 2022년에 어떤 활동을 해왔는가를 훑어보았습니다. 2부는 정회원들이 강연자가 되어 강연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아나키스트와 사회혁명’ 파트에서는 아나키즘 혁명의 대중적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아나키즘 혁명과 이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을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능력주의는 틀렸다’ 파트에서는 이준석 현상으로 대표되는 ‘공정’, ‘능력주의’ 담론의 역사와 이를 해석할 몇 가지의 관점, 자본주의와 능력주의의 상관관계에 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폭망하지 않으려면’ 파트에서 (미래의)활동가로서 사회운동을 실천할 때 참고할 만한 여러 유의점들을 나누었습니다. 이후 3부로는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누는 뒤풀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긴 시간을 거쳐 기획해온 사업이고, 작년의 같은 기획에서 미흡했던 부분들을 대거 보완하였기에 미리배움터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걱정이 머릿속을 불안하게 떠다녔습니다. 미리배움터는 대학이라는 학문-생활-자치 공동체의 예비 일원으로서 본격적인 대학 생활에 앞서 ‘미리’ 알면 좋을 내용을 ‘배우고’ 동기와 선후배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자리입니다. 참가자들은 특정 대학의 신입생이라는 같은 상황에 놓여있기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적 아나키즘을 추구하는 말랑키즘에서 ‘미리’ ‘배우고자’ 하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이며, 어떤 배움을 기대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우리에게 쉽게 상상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과 의심이 단지 기우였음을 예상보다 더 많은 신청자와 현장 진행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미리배움터에는 대학 신입생들뿐 아니라 다양한 구성의 인원이 참가하였습니다. 심지어 전라남도 순천에서 미리배움터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참가자가 있었는가 하면 군 외박을 이용해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아나키즘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이라는 공통점 앞에 몇몇 사소한 차이는 미리배움터를 진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의 열정은 여느 새내기 배움터에서는 보기 낯설 만큼의 다양한 질문과 토론으로 이어졌고 그동안 참가자들이 아나키즘과 관련된 여러 질문을 오랫동안 품어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열띤 강연과 질의를 소화하느라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저녁 식사 예약을 미룰 정도였으니 그 진지함은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말랑키즘을 소개하기 위해 ‘우리에 대하여’를 다시 읽던 중 다음 항목에서 눈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4. 우리는 자본주의, 성차별, 국가를 철폐하기 위해 노력하며 더욱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그 대중의 한 사람으로 우리의 주장을 알립니다.
㉠ 우리는 결코 대중이 아닌 무언가가 아닙니다. 대중을 이끌어야 한다거나 대중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를 이끕니다.
㉡ … 우리는 매번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의 주장을 알릴 것입니다.
㉢ … 나란히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미리배움터는 ‘배움터’라는 이름과 ‘강연’이라는 포맷을 차용했지만, 실상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가르치고 그것을 일방적으로 배우는 형태를 넘어서는 대화의 장이었습니다. 나아가 우리가 추구할 공동체는 대학이나 단체 등 특정한 집단을 훌쩍 넘어서는 말랑하지만 강력한 공동체여야 함을 다시금 확인하였습니다.
미리배움터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참가자들의 앞날을 응원하며 미리배움터를 시작으로 더 많은 현장과 연대라는 삶의 배움터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역시 더 많은 기획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이들과 함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3년 2월 6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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