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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성명 및 활동

누가 주인인가―세종호텔지부 3차 조식 캠페인 연대 보고

by 말랑키즘 2022. 12. 25.

누가 주인인가

세종호텔지부 3차 조식 캠페인 연대 보고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세종호텔이 그 많던 정규직 직원을 싹 다 해고하고서 어떻게 4성급 호텔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운영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 물론 1, 2차 조식 캠페인을 진행하며 만난 투숙객들의 불만으로 이미 정상 운영 따위는 언감생심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쉬이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궁금증이 일었다. 정말, 이게 굴러가나?

   그래서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세종호텔에 투숙하며 직접 상황을 확인해 보고자 했다. 물론 투숙의 이유가 비단 이것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고,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가 1224일 오전 벌써 세 번째로 준비하고 있는 조식 캠페인을 더 많은 투숙객에게 알리기 위함도 있었다.

 

   가격은 비쌌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오지 않던 시절에는 110만 원도 채 하지 않던 숙박비는 관광객이 돌아와서, 또 크리스마스 주간이라는 이유로 스탠다드 트윈룸이 30만 원에 살짝 못 미치는 데까지 올라 있었다. 이쯤 되니 정말 호텔 영업이라는 건 생각보다 노동자가 많이 없어도 가능한 건가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변은 없었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선 객실은 도저히 4성급 호텔이라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필자는 출장이 잦은 직종에 근무하고 있어 여러 숙박시설을 경험한 일이 있지만, 호텔 등급을 이렇게 속이며 장사를 하지는 않았다. 객실에 들어서 손부터 씻으려고 물로 손을 헹구고 핸드워시가 든 통 아래에 손을 대니 나오지 않았다. 위쪽에 누르는 버튼이 있나, 아래쪽에 뭐가 있나 아무리 살펴봐도 그런 건 없었다. 한참을 헤맨 후에야, 통 자체를 양옆에서 눌러 짜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순간 헛웃음이 났다. 뭐지, 이게? 비단 핸드워시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샴푸, 바디워시, 컨디셔너 역시 욕조 벽에 같은 방식으로 통이 붙어있었다. 심지어 바디워시는 제대로 채워져 있지도 않아서 아무리 양옆을 열심히 짜내도 나오지를 않았다. 보통 이 정도 등급의 호텔에서는 어메니티를 별도로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이건 모텔이 아닌가 싶을 따름이었다.

   객실 냉난방이 중앙 통제라 필자가 객실 내부 온도 설정을 해도 자기 멋대로 난방이 나왔다 안 나왔다 하는 부분은 건물이 오래된 탓이라고 이해를 한다 치더라도, TV도 아닌 LCD 모니터를 걸어두고 TV라고 우기는 건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었음은 덤이다.

 

   여기에 더해 노동조합을 부수려고 식음료부서를 폐쇄했으니, 당연히 조식 제공, 룸서비스 등의 서비스는 기대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외국인 투숙객들이 세종호텔을 나서며 호텔 정문에 말랑키즘이 준비해 부착해둔 조식 캠페인 안내문을 사진으로 찍어 가기까지 했겠는가.

   이런 상황을 예상했지만, 직접 보니 참 기가 찼다. 호텔을 운영하며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도 준비해 두지 않고 무슨 배짱으로 이번에도 4성급 등급을 유지하겠다고 국가에 신청을 낸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투숙객들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아직도 일터를 그 누구보다, 주명건 따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호텔리어라는 자부심을 해고 노동자들은 안고 있고, 그러니 노동자들이 직접 투숙객을 위해 서비스를 준비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말랑키즘은 준비해 간 조식 캠페인 전단지를 세종호텔 전 객실에 배부했다. 사실 전단지를 객실에 전달하다 보면 호텔 측에서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 한 번은 올라와서 방해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 악의를 지닌 사람들이 호텔 내부를 휘젓고 다닌다 해도 호텔은 투숙객들을 지킬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그 안전장치를 설치할 의지조차 없구나.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다음날 조식 캠페인에는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수십 년 전부터 세종호텔의 식당 은하수를 이용한 추억으로 캠페인을 찾아주신 동지들, 호텔이 주지 않는 아침밥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투숙객 등으로 세종호텔 정문 앞은 가득 들어찼다.

   이것으로 명확해졌다. 호텔이라는 일터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부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호텔을 더 책임감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누가 이 호텔의 주인인지 말이다. 주명건은 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시설 대충 허술하게 해둬도, 아침밥을 주지 않아도, 욕실에 세면용품조차 제대로 채워두지 않아도 투숙객들은 알아서 돈을 갖다 바치니 이해를 하려는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우리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겪을 불편을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고 내 일터가 어디 가서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기는 책임을 느낀다. 내가 직접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데,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에게 늘 주문한다. 오너십을 가지라고. 이 말에 우스개로 오너 만큼 돈을 가져갈 수 있으면 말 안 해도 오너십은 생긴다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노동자들은 자기 일에, 일터에, 누구보다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 주명건은 이 오너십의 ㅇ조차 없다는 것이 이렇게 명확한데, 그러면 잘할 자신이 없으면 더 잘할 자신이 있는,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세종호텔 노동자들에게 경영권을 지금 당장 내놓는 것이 어떨까? 주명건 당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노동자들이 자비롭게 대신해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른바 전문경영인이라는 것을 두는 이유라는 게 이런 것 아니었던가.

그러니 이제 다시 묻는다. 누가 세종호텔의 주인인가? 누가 세종호텔의 주인에 더 걸맞는가?

 

 

20221225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