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울시 유관사업장 공동대응 투쟁 연대 보고
박원순의 자살 이후 울며 쫓겨났던 오세훈이 보궐 선거로, 그 뒤 다시 지방선거로 서울시장직을 다시 맡게 되었다. 무상급식 논란 이후 연임을 거듭해온 박원순에 대한 그의 개인적 원한은 사실 쉬이 이해할 법한 것이기도 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세훈은 박원순의 그림자를 서울시에서 지우기 위한 행보를 꾸준히 해왔고,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언론 보도를 통해 여론을 호도했다.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있던, 혹은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던 기관들이 터무니없는 명목으로 서울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는데, 그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너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가득하다는 데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이 누구에게 원한을 갖든, 그래서 서로 엎어 치든 메치든 우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삶이 너무 지루해서 별 희한한 짓거리들을 다 하는구나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하는 이들의 일터를 빼앗고 쫓아내는, 노동의 권리를 탄압해 온다면 더 이상 무관심한 것으로 있을 수 없다. 오세훈은 서울교통공사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공공기관을 통폐합해 일방적으로 해고를 단행하려 하고 있다. 지난여름, 지옥 같던 폭우에 목숨을 걸고 공공의 교통수단을 지켜낸 것은 이 노동자들이었다. 하지만 물리적인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던 것은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와중에 안전을 위해 인력을 확충하지는 못할망정 기관 통폐합으로 인원을 더 감축하겠다는 것은 시민들의 목숨을 볼모로 돈을 아끼겠다는 말에 다름 아닐 것이다. 오세훈은 서울시가 민간기관에 위탁해 오던 노동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고,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노동권을 위해 지원하던 예산을 삭감하려 하고 있다. 오세훈은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주택도시공사 콜센터 상담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로 한 방침을 무시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화를 요구하면 서울시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듯 책임 소재를 운운하며 빠져나갈 궁리만을 하고 있다. 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오세훈이고, 기관 통폐합을 하는 것도 오세훈이고, 이미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오세훈인데, 도대체 왜 책임은 오세훈에게 없다고 말하는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맞서기 위해 여러 단위가 모여 10월 13일부터 서울시청 앞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다. 남대문경찰서는 오세훈-윤석열 치세에 발 빠르게 과잉 충성으로 점수를 따기 위해 농성장 설치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려 했으나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10월 20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진행되는 집회에 참석했다. 올해 말 해고를 앞두고 있는 노동자들도 있지만 투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는 확고하되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상쾌한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1년 가까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오세훈에 대한 분노로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당당히 외치는 노동자도 있고, 오세훈의 만행을 여기서 반드시 끝장내겠다 결의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이렇게 오세훈과 맞서기 위해 여러 단위가 민주노총 서울시 유관사업장 공동대응 대책회의를 만들어 투쟁하고 있고, 말랑키즘은 이 투쟁에 최대한의 연대로 함께 할 것이다.
아나키스트 조직이 자칫 ‘정부에 고용,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자리에 함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일에 함께하는 데에 의아함을 가질 이들이 있을까 하는 기우가 남는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지 ‘행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가 스스로의 노동을 조직하고, 그리하여 함께 살아가는 공간의 모두를 위해 노동하는 것이 부서지는 것이, 그러한 오해를 사는 것보다 훨씬 두렵고 위험한 일이다. 사용자가 서울시든 대한민국 정부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노동하는 방향이 대중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것은 필요한 노동이고, 그런 노동자가 해고의 칼바람 앞에 서 있다면 당연히 함께 투쟁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회혁명이 일어난다고 해도(사회혁명은 애초에 그렇게 하루아침에 짠! 하고 오는 것도 아니거니와), 노동의 사각지대, 복지의 사각지대, 인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작업들은 한순간도 중단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그 시점을 기점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노동들에, 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반대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 서울시 유관사업장 공동대등 대책회의의 서울시에 대한 요구안을 함께 외치며 다시금 연대의 의지를 다진다.
●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통폐합을 비롯한 일방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재난 대응과 시민 안전을 위한 인력을 확충하라!
●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예산삭감 시도를 중단하고,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권리 보장 예산을 확충하라!
●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콜센터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 오세훈 시장이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비롯해 서울시가 실질적 사용자로 있는 사업장의 노동조합들과 직접 대화에 나서라!
2022년 10월 23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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