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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성명 및 활동

후퇴의 시대, 쟁취로 나아가자―132주년 노동절 및 4.30 메이데이 전야제 참여 보고

by 말랑키즘 2022. 5. 4.

후퇴의 시대, 쟁취로 나아가자

132주년 노동절 및 4.30 메이데이 전야제 참여 보고

 

 

 지난 주말이었던 2022430일과 51,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4.30 메이데이 청년학생 전야제 및 132주년 노동절 집회에 참여했다. 이제는 익히 알려진 것과 같이 노동절은 188651, 미국 시카고 노동자와 아나키스트가 연대해 총파업했던 일련의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말랑키즘 역시 아나키스트로서 선배 아나키스트의 투쟁을 기리기 위해,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위해 함께 했다.

 

 종로 일대에서 양일간 집회를 이어가며, 우리는 국가와 자본, 그 외 다양한 억압적 체제에 맞서 투쟁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수많은 단체, 수많은 깃발 아래 동지의 어깨를 맞대고 있는 우리 모두의 힘은 이 모든 것을 단숨에 끝장낼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금 느꼈다.

 

 하지만 노동절 집회 때 문선대가 합창했던 노래 가사와 같이, 계속해 싸우는데도 우리의 권리는 계속해 후퇴하고 있다. 특히 4.30 청년학생 전야제 때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지부장 동지가 낭독한 글 내용과 같이, 우리는 이제 임금투쟁은커녕 내가 노동자임을 자본과 국가에 요구하고 구걸해야 하는 인정투쟁을 하는 데에도 벅찬 지경에 이르고 있는 시점이다. 시대가 바뀌고 노동의 형태가 바뀌어 법이 노동자를 노동자라고 부르기를 망설이고 있는 이 시점에, 자본과 국가, 차별의 기제들의 연대는 저토록이나 강고하고 단단한데 우리는 어찌하여 그보다 강한 연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지레 겁먹어 연대하러 오는 이들을 배격하며 더 많은 투쟁을 조직해내지 못하는가. 이렇게 후퇴하고 있는 노동 대중의 권리 앞에 우리 안에 숨겨진 모종의 이유로 나누는 몇몇 얼치기 구획이야말로 좌익소아병적행태에 다름 아니니 이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노동자는 이만큼이나 많다. 세상 모든 곳이 노동 아닌 곳이 없고, 세상을 움직이는 데 노동자가 아닌 곳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후퇴하고 있는 데는, 우리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는 데는 아직도 우리가 조직하는 데 미숙하고, 아직도 우리가 연대하는 데 미욱하다는 방증 그 외의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우리 힘으로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음을 말이 아니라, 입이 아니라, 진심과 행동으로 믿고 수행하는 그 순간, 이 모든 것들은 단숨에, 단 하루 만에 흔적도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것을 하는 데 점차적으로 구의회, 시의회를 장악하고 국회 의석 수를 늘리고 정권을 장악하고 할 틈이 없다. 인정하자. 그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이라는 땅의 두 보수 양당이 훨씬 잘하는 일이다. 그들은 이미 그것에 통달했으며, 그것 외에는 다른 세상, 다른 체제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유리한 룰이 적용되는 링 위에 계속해 우리를 부른다. 너도 나도 글러브 끼고 있으니 이건 정당한 경쟁인가? 그래서 모 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부르짖고, 모 당은 사회주의를 이 틀 안에 잘 버무리면 된다고 이야기하는가?

 

 노동절 집회를 마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는 광화문으로 향하던 와중, 태극기 부대 집회와 마주쳤고, 그들은 여느 때와 같이 민주노총을 향해 빨갱이와 종북세력을 부르짖었다. 그들이 힘차게 물러가라!’라고 외치던 그때마다 우리는 투쟁~’으로 화답해줄 뿐이었다. 네 글자보다는 두 글자가 가성비가 좋고, 그들의 수사에 휘말리지 않고 우리의 단결과 연대를 보여줄 방법은 이렇듯 어렵지 않은 데에, 단순한 데에 있다. 이 투쟁은 물론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이 투쟁을 해내는 것, 이 투쟁에 연대하는 것은 지금, 이곳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내 삶의 투쟁을 누구에게 대신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내 옆자리 동료의 고통을 누군가에게 대신 돌보아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건 비겁과 졸렬이다. 그러니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투쟁과 우리 운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우리가 스스로 우리 권리를 쟁취하자. 아나키즘은 바로 거기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 외칠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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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