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건, 너를 봉인한다
―세종호텔 및 세종대학교 투쟁에 부쳐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세종호텔과 세종대학교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는 독자가 많을 듯하여 정리한다.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옆에 위치한 세종대학교는 세종대학교 설립자 주영하 박사의 호 대양大洋을 딴 학교법인 《대양학원》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대양학원》은 세종대학교를 비롯해 세종사이버대학교, 서울세종고등학교, 세종초등학교 등 교육기관과 더불어 4호선 명동역 10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세종호텔, 춘천세종호텔, 세종서적 등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이 이번 글의 제목에서부터 찾고 있는 주명건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명건은 앞서 이야기한 세종대학교 설립자 주영하 박사의 아들이다. 세종대학교 이사장으로 재임하던 주명건은 2004년 교육부 감사에서 교비회계 부당집행으로 113억원 환수조치를 받고 2005년 교육부로부터 해임되었다. 하지만 2010년, 주명건은 이사장을 못하면 명예이사장을 하면 되잖아? 라는 마인드로 학교에 돌아와 강의실과 학생 공간을 상업시설로 바꾸고, 교직원 및 학생을 상대로 고소 고발을 남발하며 파행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와 함께 《대양학원》이 100% 지분을 소유한 세종호텔 역시 2011년 복수노조 제도 통과를 이용한 어용노조에 교섭권을 빼앗기고 노동탄압이 시작되었다. 세종호텔은 2012년 어용노조와 합의해 9년 넘게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임금을 삭감했는데, 개중에는 몇 년 사이 임금이 40% 가까이 삭감된 노동자도 있었다. 주명건은 이렇게 돈을 긁어모아 계열사를 확대, 지분을 늘리는 데 열을 올렸다. 세종호텔이 현재 보유한 자산은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외주화,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을 통해 2011년 290여 명이었던 세종호텔 노동자는 39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지난 2021년 12월, 15명의 노동자가 코로나를 핑계로 추가로 해고되었다. 하지만 이는 정규직 노동자를 모두 내쫓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겠다는 속셈일 뿐이다. 세종호텔은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은커녕 식음료 사업장을 폐쇄해 임대로 전환하고, 시설관리 부문, 룸 어텐던트 부문까지 전면 외주화했다. 이렇게 코로나를 핑계로 경영이 어렵다며 노동자는 해고했지만, 그런 뒤 우스운 일이 벌어졌다. 주명건의 아들 주대성이 《대양학원》의 계열사 KTSC에 판사(!)까지 때려치우고 임원으로 취임했다. 이래도 이 모든 일이 노동조합을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며, 그저 코로나로 경영이 어려워 노동자를 해고한 것인가?
이렇듯 끝 간 데 없이 제 배를 채우던 주명건은 2020년, 다시 한번 비리가 적발되어 이사회에서 해임되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다시 이사회에 복귀하겠다며 법원에 임원취임 승인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청구를 냈다. 당연히 주명건의 악행을 오랜 기간 지켜본 학교,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솔직히 글을 시작하기 전에는 몇 줄이면 그래도 주명건의 악행 일대기가 얼추 마무리되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적어놓고 보니 더 길고도 끈질겨 기가 찬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추하게 만드는 것인가? 이쯤 되면 주명건은 본인이 있는 곳 모두를 본인 욕심에 의해 폐허로 만들고 돌아다니는 파괴의 화신과도 같지 않은가. 본인이 본인 욕심에 짓눌려 파멸하는 일이야 본인의 자유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욕심으로 아무 죄 없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은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상황을, 억지로라도 끝내야 한다. 주명건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를 법의 이름으로, 사후에 해결하기에는―지금도 이미 충분히 사후적이라는 점이 뼈저리게 아프지만―너무나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들어간다.
실제로 사후에 주명건의 악행을 해결해 보려고 했던 노력들 역시 지지부진하다.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지방노동위원회는 차일피일 시간을 끌더니 결국 노동자들을 해고한 일이 부당한 것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여러 증거를 보여줘도 이해를 하지 못하니, 이건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할 마음이 없다는 다른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사람을 살리는―실제로 얼마나 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죽이고 못살게 구는 경우가 훨씬 허다하지 않은가?―법이 사람을 도울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를 도와야 한다. 다시 한번, 억지로라도 주명건의 악행을 끝내야만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주명건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본인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대양학원》이 출발하며 내건 기독교적 가치가 그의 양심에 아무 재갈도 물리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는 이에 고민하여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이 주명건의 이름을 알고, 그의 악행을 알고, 그리하여 그가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악행을 멈추게 만들겠다. 그의 악행을 봉인하기 위해 우리는 주명건의 이름이 잔뜩 새겨진 이 부적을 온 땅에 부착하니, 주명건은 제 이름이 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다면 지금까지의 악행을 하루빨리 모두 바로잡아야만 할 것이다. 《대양학원》 이사로 복귀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돈 욕심에 해고했던 노동자들을 모두 복직시키고, 그들을 탄압했던 모든 일을 그만두고(사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만두기만 하면 된다), 일터와 배움터를 그곳을 직접 꾸리는 이들 손에 넘기라는 이야기다. 만일 조속한 시일 내에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주명건의 욕심과 악행을 봉인하기 위한 이 부적은 서울을 넘어 한국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더욱 다양하게, 더욱 직접적으로 주명건을 봉인할 방법을 고민하며 점점 더 진화해갈 것이다. 부디 주명건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아울러 이 글을 읽고 한 개인이 이다지도 다양한 악행으로 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데 기함하는 분들이 분명 적지 않으리라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분들은 더 직접적으로 주명건의 악행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30분, 4호선 명동역 10번 출구 앞 세종호텔에서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문화제가 열린다. 다른 무엇보다도 주명건과 직접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그 노동자들이 주명건의 《대양학원》 이사 복귀를 막기 위해 세종대학교 구성원들에게 그의 비리와 악행을 알리는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 함께 하는 것. 다른 무엇보다도 주명건에 의해 직접적으로 생활을 위협받고 파괴당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그의 악행을 확실히 봉인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길임을 단언하며 이에 대한 많은 연대를 요청 드린다. 나의 삶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직접 하나하나 지워가는 것이고, 그렇기에 이 연대가 나의, 우리 모두를 위험하지 않은 삶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것이다.
2022년 4월 28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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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약 두 달 뒤인 2022년 7월 12일, 주명건은 위의 글에서도 언급한 임원취임 승인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 요청에서 승소했다. 쉽게 말해서, 주명건이 세종대학교에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아나키즘 조직이기에 보통은 사법부의 판단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도, 거기에 일희일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건 아나키즘을 따라 활동하고자 하는 우리 눈에도 너무나 아연실색할 만한 것이었다. 몇 번이나 문제를 일으킨, 그것도 온갖 비리와 악행으로 점철된 인물을 교육기관에 복귀시킬 줄은 몰랐다.
법원의 판단을 우선, 존중한다. 하지만 인정은 할 수 없다. 법원이 국가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으로 강제력을 행사하니, 그것을 막을 수단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그 판단을 울며 삼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틀린 것이 옳은 것이 되는 것은 아니고, 있던 비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악행이 선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법원이 할 일을 하면 된다. 그러라고 주명건이 그렇게 제 주변을 전직 판사로 포진해둔 것 아니겠는가. 법원은 법원의 할 일을 하라고 내버려 두자.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 해야만 하는 일을 하자. 국가가 주명건의 악행을 막거나 바로잡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우리가 스스로 그것을 멈추자. 제 욕심을 채우려 남을 해치고서는 결코 발 뻗고 편히 잘 수 없다는 역사의 진리를, 우리가 직접 깨닫게 해주자.
그리고 그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주명건이 이 얼빠진 짓을 계속하는 것이 결코 제게 이익이 되지 못하게끔 해주면 된다. 주명건이 여태껏 해온 모든 일이란 것이 결국 제 주머니에 돈 더 채우려는 짓이었고, 그 과정에서 주변에 그 해악을 끼치고 다닌 것이었으니, 계산기―아니, 주명건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주판이라고 하자―두들겨 보고 이 짓거리가 더 이상 이득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주명건이 찬장 곶감 빼먹듯 마음대로 돈 뽑아내는 돈줄에 겐세이를 넣을 사람들이 계속 존재하게 해야 하고, 세종호텔 해고노동자가 원직 복직해 그것을 감시하는 것이, 주명건에게는 가장 귀찮은 일이 될 것이다. 주명건의 악행은 《대양학원》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일이고, 어느 한 곳부터 그것을 멈춰 세울 때 나머지 브레이크도 작동하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 비록 내가 직접 주명건의 악행에 지금 당장 맞서 싸우기 어렵다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적어 보이고, 그냥 욕이나 한 번 하고 어차피 내 일 아니니까 하고 눈감아 버리고 싶다 하더라도, 주명건과 맞서 오랜 시간 싸우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호텔 앞에서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해고 철회 집회에 함께 하는 일, 세종대학교 앞에서 선전전을 하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피켓 한 시간 나눠 드는 일, 주변 사람들에게 주명건의 악행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운을 떼는 일 모두가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부터 시작해 주명건이 더 이상 사람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자.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역시 그 길에 함께할 것이고, 그 길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다리고자 한다.
2022년 9월 2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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