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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성명 및 활동

나는 나의 소확행을 위해 연대합니다―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 파업 투쟁 연대 보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12. 25.

나는 나의 소확행을 위해 연대합니다

강북구도시관리공단 파업 투쟁 연대 보고

 

 

   4호선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강북이었다. 연말의 한파를 뚫고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단식투쟁과 농성을 병행 중인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의 파업 투쟁에 연대하고자 강북구청으로 향했다. 구청 앞 광장에도, 구청 청사 안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들에게 연대하고자 칼바람을 견디며, 계단에 쭈그려 앉아가며 집회에 함께하였다.

   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의 요구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힘들어 죽겠으니 사람 좀 더 뽑아달라는 것이다. 일반노조 서울본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적정 인력의 20%가 충원되지 않았다고 한다. 5명이 할 일을 4명이 하는 셈이다. 게다가 그나마도 그 인력의 절대다수를 정규직도 아니고 정규직인 척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무기계약직도 아닌 1년짜리 단기계약직, 그것도 노인 일자리 사업을 명목으로 한 기간제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강북구의 30여 개 모든 공영주차장 설비를 1명이 정비해야 하며, 그러다 보니 정비 중에 사다리 하나 잡아줄 사람이 없어서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지는 일이 있을 지경이다. 이렇게 막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초과근무를 강요받음에도 불구하고 초과근무수당도, 휴게시설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덤이다.

 

   필자는 이른바 소확행을 즐기는 사람이다. 매주 3번씩 수영 강습을 신청해 달밤의 수영을 즐기고, 자전거를 끌고 한강 라이딩을 하며, 몇 달에 한 번씩은 제일 좋은 옷을 빼입고 음악회나 연극을 관람하곤 한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가 공공 없이, 그리고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과 비슷한 이들의 노동 없이 가능한 것이 있던가? 지금 다니는 공립 수영장 대신 사설 수영장에서 같은 돈으로 그 강습을 받을 수 있을까? 공공자전거인 따릉이가 없고, 한강에 자전거도로와 공원이 없다면 라이딩을 그렇게 편하게 즐길 수 있을까? 그리고 음악회나 연극 역시 공공이 공연장을 세우고, 연극을 만들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을 채용하지 않는다면, 쥐꼬리만 한 생활비로 그렇게 좋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아니, 소확행을 즐기기 이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보도블록이 깔리고 밤에 가로등을 켜놓은 길을 걷는 일상을 살 수 있을까?

   그렇다.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데에는 알량한 동정심도,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는 거창한 문구도 필요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소확행을,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지켜야 한다는 아주 간단하고 소박한 욕구만이 필요할 뿐이다. 강북구 도시관리공단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에 불어닥치는 예산삭감과 인원 감축의 바람은 결국 우리의 삶을 짓밟는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당신이 골린이라면, 밥도 화장실도 못 가며 일하는 노동자가 있는 골프연습장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가? 당신이 차를 끌고 강북구를 간다면, 1명이 온 강북구의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그 주차장에 조명은 제대로 들어올 것이라고 믿는가? 당신이 캠핑족이라면, 강북구의 모든 공영주차장을 관리한다는 그 직원이 우이동의 캠핑장도 관리하는 상황에서 그 캠핑장에서 물은 제대로 받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가? 아니, 이런 가정을 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공공성의 가치를 무시한 결과 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부가 오가는 강남 한복판을 포함해 온 나라가 물에 잠기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강북구청 곳곳에는 이렇듯 노동자의 권익 보호가 곧 구민의 일상을 위한 것이라는 그 당연한 진실을 부정하려는 듯 파업과 점거 농성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표한다고 윽박지르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안내문을 쓰고 붙이는 이가 진짜 사장인 강북구청장 이순희도 아니요, 바지사장인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이사장도 아니요, 강북구청이나 강북구 도시관리공단도 아닌 강북구란다. 강북구청과 구청장 이순희는 자신들이 태양왕 루이 14세라도 된다고 믿는 것인가? “짐이 곧 강북구다”, 이 말인가? 정말 그렇게 믿고 있고, 강북구 구민들의 삶의 질을 나아지게 하고자 하는 투쟁을 탄압하면서 본인의 의견이 곧 강북구 전체의 의견이라며 같잖은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면, 좋다. 루이 14세와 전제 왕정 다음에는 프랑스 대혁명이 있었다는 역사를 다시 한번 강북구에서 확인시켜줄 것이다.

 

 

20221225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