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사형 집행 규탄 행진 연대 보고
연대 보고에 앞서 그간 미얀마에서 있던 일을 비롯해 현재 미얀마가 왜 투쟁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황을 잠시 짚어보고자 한다. 2020년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 산 수 치의 《민족민주연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약칭 NLD)이 크게 승리하면서 문민통제에 관한 헌법 개정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2021년 2월, 이에 반발한 민 아웅 흘라잉 군사령관은 군부를 이용해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 정권으로 미얀마를 돌려 세워놓았고,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이들을 총칼로 죽이고, 집단으로 체포하는 등 사태를 혼란 한가운데로 몰아넣었다. 미얀마 대중의 이 투사들 가운데는 ‘표 제야 토’라는 전직 래퍼이자 국회의원이 있었다. 결국 표 제야 토는 11월에 체포되고야 만다. 이에 뒤이은 2022년 1월, 미얀마 주요 6개 도시에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표 제야 토는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족 누구도 그를 만날 수 없었고 변호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주인 7월 25일, 미얀마 군부는 표 제야 토를 포함한 반정부 시위 참가자 네 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국가의, 독재 정권의 대중에 대한 무자비하고도 일방적인 폭력을 목도한 미얀마 대중은 크게 분개했고, 미얀마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이를 규탄하는 투쟁이 일어났다.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고, 7월 30일 토요일, 서울에서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기 위한 행진이 진행됐다. 행진 현장은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대중이, 한국에서는 전무후무한 규모의 대오를 이루어 긴 장사진을 이루었다. 기온이 36도를 넘어 타오르다시피 하는 아스팔트 위를 행진 대오는 전혀 지친 기색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옥수역 인근 미얀마 무관부 앞까지 걸어 나갔다. 사실 작년부터 계속해 미얀마 군부 독재 규탄 집회는 미얀마 무관부가 위치한 옥수역 인근에서 개최되어 왔었다. 하지만 이번 행진은 광화문에서부터 옥수역 인근으로,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거리를 걸었다. 군부가 멋대로 사람들을 살해한 데에 대한 분노가 이 행진을 만들었고, 이 억울함, 이 분함, 이 치떨림을 어떻게든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마음이 이 행진을 만들어 냈다 평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혹자는 한국 대중들의 이 행진 연대에 대해,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의 연대에 대해 ‘미얀마 사안은 미얀마 사람들이 직접 알아서 해결할 일 아닌가?’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그들이 우리에게 연대와 협력을 요청했기에 이는 쉬이 반박된다. 나아가,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고, 어느 한 곳에서 억압이 존재하는 이상 우리 모두는 결코 완전히 자유롭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억압과 학살을 끝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은 감히 나와 너를 가르는 편협함으로 갈라치기 당할 수 없음을, 우리는 선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아나키즘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아나키스트의 조직으로서 민족의 해방, 정당의 수권을 이야기하는 《민족민주연맹》, 혹은 그들과 직접 연대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과 손을 잡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굳이 답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함에도 굳이 이곳에 그 답변을 하는 이유는, 아나키즘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자 함이 그 목적이다. 아나키즘은 모든 대중이 착취와 억압, 권력자와 자본가의 사슬에서 ‘지금 당장’ 벗어나 새로운 세상, 새로운 체제, 새로운 시대를 만들 수 있음을 긍정한다. 이것을 어떤 이유로든 부정하는 순간, 그들은 아나키스트가 아니며,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나키즘을 팔아먹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대중 추수주의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는 데에 대한 책임, 그러니까 대중에게 더 나은 방향, 더 좋은 길을 제대로 알려내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아나키스트인 우리에게 있다. 대중이 왜 내 말을 안 들어주느냐고 징징거리는 짓거리는 대중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녀야 하는 아나키스트 활동가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더욱더 대중 안에서, 대중과 함께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다. 지금 당장 정당정치를 긍정하고 있는 이들이 하고 있는 행진이라고 해서 독재 정권이 사람을 학살한 데에 대한 분노가 거짓이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하는 말과 다르다고 하여 미얀마 대중이 느끼는 슬픔이 슬픔이 아니게 되지 않는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하여 고통받고 슬퍼하고 분노하는 미얀마 대중과 함께 할 것이다. 행진을 다시 한다면 행진을 함께 할 것이고, 미얀마 사태를 알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함께 할 것이고, 무관부를 찾아가야 한다면 몇 번이고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의 더 많은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역시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결국 이 땅을 넘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대중이 자유롭고 평등하여 행복할 수 있는 날을 열어 젖힐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연대의 끈을 놓지 않겠다.
2022년 7월 31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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