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지난 7월 4일에 세종호텔 복직 투쟁 농서장에서 농성장 지킴이로서 철야를 보냈다. 중구청에 의해 이미 두번이나 농성 천막이 철거된 상황에서 또다시 철거 계고장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본격적인 천막 농성 이전에 세종호텔 앞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한 것만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젖어버린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천막 안에서 밤을 보낼 준비를 했다.
서울 한복판의 길가에서, 그것도 비가 매섭게 오는 날에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있노라니 참으로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유난히 더 크게 들리는 듯한 자동차들의 소음, 찢어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천막을 무섭게 때려대는 빗방울의 소리와 천막 옆을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의 그림자. 확실히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들보다도 더욱 더 마음을 심란하게 했던 것은 내가 자고 있는 이 천막을 내일 아침에 공무원인지 용역 깡패인지 모를 이들이 때려부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났을 때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철야 농성을 진행한 것이었지만, 솔직히 너무나도 무서웠다. 만약 강체 철거가 진행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천막 안에서 버티고 있으면 철거를 하지 않지 않을까, 나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천막을 뜯어내려나, 달려들어서 막아야 하나, 멀찍이서 동영상을 찍어야 하나. 온갖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비가 더 세차게 내려서 공무원들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오늘 잠은 다 잤구나, 하며 뒤척인 것도 잠시, 사람들의 말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쯤이었다. 주변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굉장히 많이 들려왔다. 모두 일본어 아니면 중국어였다.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비가 그쳐서 기쁜지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정문에는 차량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있었고 버스와 벤 택시들이 쉴세 없이 멈췄다 가기를 반복했다.
세종호텔 사측에서 정리해고 사유로 제시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이상 경영에 어려움을 주고 있지 않다. 이미 관광객들은 돌아오고 있으며 관광 명소 명동은 외국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함께해오고 있기에 명동이 점차 생기를 되찾아가고 있음을 여실히 느낀다. 앞서 말했듯이, 필자의 잠을 깨운 것도 관광객들의 대화 소리가 아닌가. 그럼에도 세종호텔은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키기는 커녕 호텔 등급심사를 기존의 4성급에서 3성급으로 낮추어 신청하는 한심한 꼴이나 보이고 있다. 레스토랑도 운영하지 않고 룸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즉 코로나를 핑계로 해고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겠다는 뜻임과 동시에, 세종호텔의 명성을 스스로 말아먹겠다는 뜻이다.
세종호텔 경영진은 호텔 노동자들이 헌신하여 쌓아올린 호텔의 명성을 더이상 실추시키지 말라. 세종호텔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고객들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켜라.
중구청은 4성급이라고 구라치는 사기꾼 세종호텔을 그만 비호하고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세종노조 동지들의 꺾이지 않는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23년 7월 10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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