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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성명 및 활동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간이어야 하기에―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님 조문에 함께 해주십시오

by 말랑키즘 2023. 5. 7.

서울대학교 내 게시판에 부착된 공동 조문 제안 대자보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간이어야 하기에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님 조문에 함께 해주십시오

 

 

   202351, 한 명의 건설노동자가 제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다음 날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겨진 유서에는 자신 삶의 자부심이었던 노동조합 활동을 경찰, 검찰에 의해 양아치, 조직폭력배의 행동인 양 몰아간 것에 대한 억울함이, 그것을 지지율에 혈안이 되어 기획하고 지휘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가 적혀 있었습니다.

, 있을 겁니다. 이 현장 저 현장 다니며 간부들 몇 명 배 불리겠다고 같은 노동자 피 빨아먹는 인간쓰레기들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아닙니다. 건설노조의 수많은 조합원이 한목소리로 건설노조 덕분에 더 안전해진 일터가 되어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 동료가 죽지 않고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 쓰레기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조폭으로 마녀사냥 당할 때 그 억울함이 어떤 것일지,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무섭습니다. 사람이 몸에 불을 붙여 불타 죽는 것도 무섭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세상도 무섭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무서운 것은 이런 일을 우리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 억울하게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도 그걸 모르는 것, 특히 지성과 양심의 장이라는 대학 사회에서조차 아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기야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만큼 억울할 일을 겪을 리 없을 겁니다.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삶의 순간순간마다 다소 고민이야 있겠지만 내 노력으로 앞으로도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며 살아가겠지요.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직이 되거나, 대기업에 들어가 좋은 환경에서 일하거나 할 테니 내가 노가다를 뛸 일은 없을 것이고 괜히 남 일 신경 쓰며 나섰다가 억울해질 일도 없이 앞으로도 늘 똑똑할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입니까? 정말 다입니까? 나는 저런 일 당할 리 없으니 그냥 못 본채 지나가면 그만입니까? 우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리 없고,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티고네를 생각합니다. 고작 애도하는 것만으로, 인간이 다른 인간이 죽은 데에 슬퍼한다는 이유로 국가에 의해 죽임당해야 했던 안티고네를 생각합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내 삶이 먼저이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억울한 사람을 그냥 지나칠 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어떡해, 안 됐다 한 마디하고 못 본 척 내 삶으로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돌아갈 때, 우리는 매 순간 인간이기를 포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간이어야 하기에 그러지 않으려 합니다.

 

   512일 금요일, 학우 여러분과 함께 고 양회동 님을 조문하러 가고자 합니다. 많은 학우 여러분 함께 해주시기를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서강대학교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알바트로스

서울대학교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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