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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성명 및 활동

2023 제133주년 메이데이 일정 진행 보고문

by 말랑키즘 2023. 5. 4.

사진 출처 : 스튜디오 R

2023 133주년 메이데이 일정 진행 보고문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2023429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및 서울대학교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학’, 서강대학교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알바트로스주관의 사전행사 국가를 넘어, 자본을 넘어개최를 시작으로 430일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수원이주민센터, 오산 이주노동자센터가 주최한 ‘2023 세계노동절-강제노동 철폐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참가, 여러 청년 학생 단위가 주최한 메이데이 청년학생 전야제’, 51‘2023 세계노동절 대회참가라는 사흘간의 연속 일정을 진행했다.

 

   메이데이 사전행사인 국가를 넘어, 자본을 넘어에서 우리는 그간 한국에서 유독 가려져 있던 메이데이의 상세한 유래에 대해 다루며 헤이마켓 사건과 그 이면에 당시 미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신문과 아나키스트들이 국가에 의해 억울한 희생을 겪어야 했음을 함께 살펴보았다. 아울러 국가가 노동절을 분쇄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교묘하게 이날을 가리려 해왔는지 살펴보며 노동자 대중의 적은 자본 단 하나만이 아님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내용 일부의 약술은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의 블로그 등에 카드 뉴스로 정리해 업로드되었다.

 

   430, 2023 세계노동절-강제노동 철폐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이주노동자의 처우 개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외쳤다. 프레스 가공, 건설 현장 등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큰 직종에서 많은 이주노동자가 노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종들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닌, 우리 삶과 직결되는 노동들이기에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대한민국이 멈춘다는 것은 과장도 농담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담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들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다. 현장의 여러 복잡한 사안이 병첩되어 있는 것을 굳이 차치하고 이야기하자면, 안타깝게도 동료 내국인 노동자에게도 그러하다. 우리가 이 집회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사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향한 부정적 수사가 담긴 모 정당의 지역위원회 및 건설노조 모 지역지부의 현수막을 접한 이후 느낀 슬픔과 안타까움 탓이기도 하다. 사업주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대체 인력으로 사용해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것을 우리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노동자를 갈라놓아 서로 적대하게 만드는 사업주들, 그 너머의 자본과 국가를 향해 긴 호흡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여긴다. 아주 길고 지난한 길이겠지만, 건설노조에서 등록 이주노동자를 넘어 미등록 이주노동자 조직화로 나아가 자본에 더욱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날을 그리며 이주노조 집회에 함께 했다.

 

   필자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이고, 그 때문에 이주노조 집회 이후 진행된 청년 학생 전야제를 보다 뜻깊게 함께 했다. 이 땅에서 학생은 언젠가 노동자가 된다.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의 앞으로 물려받을 건물이나 회사가 없는 한 절대라는 수식어를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기정사실인 불확정기한부 조건이다. 노동자가 자본과의 투쟁에서 끊임없이 더 나은 노동환경을 쟁취해낼 때, ‘예비 노동자들 역시 그 성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반대로 자본과 국가가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면 그것 역시도 고스란히 예비 노동자들의 몫이 된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탄압과 노동자 권리의 후퇴에 반대하기는커녕 무관심을 넘어서 박수갈채를 보내는 예비 노동자들을 주변에서 숱하게 마주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어떻게 하면 그들과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2023 세계노동절 대회에서 가장 많이 발화된 단어는 아마 총파업이 아닐까 싶다.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을 멈추는 파업, 나아가 전 산업을 멈추는 총파업은 노동계급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단결한 노동자는 강하다. 자본과 국가 역시 그 사실을 역사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노동계급의 단결을 무너뜨리려 무던히 노력을 다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며 회유하기도 하고,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인 채 너희가 고통받는 것은 전부 노동조합 때문이라며 노동조합을 악마화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당신은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선고해 버리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당신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세뇌하기도 한다.

 

   이렇듯 자본과 국가가 온 힘을 합쳐 노동자 대중의 숨통을 조여오는 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가야하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역시 역사로부터 배우듯 보여주듯, 연대와 단결일 뿐이다. 더 넓은 연대. 더 강고한 단결. 이것이 전부다. 연대가 낳은 연대를 통해 단결한 민중은 지배자를 벌벌 떨게 할 것이다.

 

   그저 말이 아니라 당장 주변에서부터 시작하자. 지금 당장 각성한 투사가 되어 자본과 국가를 향한 결사 투쟁에 나서자는 말이 아니다. 길을 지나다 투쟁 현장을 보게 된다면 팔뚝질 한 번, 아니, 손 한 번이라도 흔들어보자. 투쟁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작은 공감도 커다란 힘이 된다. 또 그들이 왜 투쟁하는지 알아보자. 그 투쟁에 공감하며 함께 분노하고, 싸움에 힘을 보태자. 그러면 언젠가 내가 부당함에 맞서 싸울 일이 생겼을 때, 어제 내가 손을 내밀었던 이들이 오늘 나를 향해 손을 건넬 것이다. 연대의 손길은 이렇게 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커질 것이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역시 이 사소해 보이지만 자명한 사실을 언제나 마음에 새기며 노동자 대중의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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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