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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성명 및 활동

국가의 개, 행정폭력 만행―중구청의 세종호텔 농성장 대집행을 규탄하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4. 4.

   202344일 오전 915분경, 서울시 중구청이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의 농성 천막 대집행을 감행했다. 지난 324일 한 차례 간을 보듯 대집행 영장을 집행하려다 세종호텔지부에 연대하는 동지들의 거센 항의에 그 시도가 좌절되고 열흘 여만의 일이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구청 건설관리과 가로정비팀 김금순 주무관에게 행정대집행 책임자 증명서를 들려 보내 세종호텔지부 농성 천막을 무자비하게 철거한 서울시 중구청에 이 행정대집행이 과연 위법 부당한 것이 아니었는지 말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시민들이 그에게 보낸 행정대집행에 대한 항의 문자메시지에 도로법을 운운하며 통행에 방해가 된다느니 떠들었지만, 과연 그러한가? 세종호텔 앞을 제 발로 지나가 보기는 하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인가? 세종호텔 앞은 도보 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천막으로 인해 통행에 불편함을 겪은 이는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전동 휠체어들도 몇 대씩이나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는 도로를 두고 통행에 지장이 있다는 주장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중구 내 실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닌가?

   행정대집행에 관하여 학설과 대한민국 판례는 공통되게 단순 점유권 배제를 목적으로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할 수 없음을 긍정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호텔지부 농성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은 누가 보더라도 단순히 세종호텔지부의 도로 점유를 배제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 외에는 그 이유가 없다. 통행에 불편을 초래해 공익을 심대히 침해하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바로 윗 문단에 적어두었으니 법률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자. 김길성 중구청장은 항의 문자메시지에 대한 답변에서 도로법을 위반하고 있어 세종호텔지부의 농성 천막이 도로점용허가의 기준에도 미달한다고 한 바 있으나 이것 역시 뭘 좀 알고 떠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뿐이다. 대한민국 대법원 200468311 판례는 공물의 인접주민은 다른 일반인보다 인접공물의 일반사용에 있어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있고, 그러한 의미에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른바 고양된 일반사용권이 보장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런 논지에서 볼 때, 세종호텔과 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세종호텔지부는 도로를 사용하는 데 있어 다른 누구보다 우선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이나 이번 행정대집행을 적극 추진한 중구청 건설관리과 가로정비팀 김금순 주무관은 이러한 판례를 알지 못했다며 본인들이 법률문외한임을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이니 본인들 외의 누구를 탓하겠는가. 김길성 중구청장 및 김금순 주무관의 그러한 주장은 계고장에서부터 추후 그들이 청구할 비용 징수에 이르기까지 위법하고 부당한 것이 확실하고, 그에 따른 국가배상의 책임은 무지를 이유로 상쇄될 수 없는 것이 확실하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아나키스트 단체인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이 왜 매번 이렇게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법률을 운운하고 있어야 하는지, 매번 자괴감이 든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업 너희 새끼들이 법전에 쓰여있는 것들만이라도 잘 지켰다면 이 지경 이 꼬라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각설하고, 이와 같이 위법하고 부당한 처분과 집행을,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앞서 이야기했듯 중구청은 세종호텔지부의 농성 천막에 대해 도로점용허가를 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세종호텔지부와 계약으로 사용 수익을 허가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선택지 가운데서 중구청이 택한 길은 행정대집행이었다. 행정대집행.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너희의 생존은 잘못된 것이니 우리는 너희를 치워버릴 것이다. 그 돈은 알아서 꺼지라고 했는데 이행 안 한 너희한테 받을 거고.’ 차라리 면전에 죽으라고 욕을 박고 가는 편이 더 신사적이지 않은가 싶을 정도다.

   중구청은 지방자치단체로서 관할 구역 안의 사안들에 대해 도대체 무얼 했는가? 코로나로 인해 명동의 그 많은 상점이 공실을 내걸고 유령도시가 되어갈 때, 코로나를 핑계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쫓겨날 때, 도대체 중구청은 어디 있었는가? 그때는 무얼 하다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었으니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자 하는 노동자들에게 너무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그 요구를 묵살하고, 그 요구를 이어 나갈 수 있는 터전마저 허물어 버린다는 말인가? 중구청이 해야 하는 일은 중구 내의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앞장서는 것이지 다른 무언가가 아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이 당장 눈에 보기 싫다고 치워버린 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자세, 그것이야말로 공무원을 우리가 왜 X무원 운운하며 비하하는지, 왜 공무원이 국가의 개라고 비아냥을 듣는지 생각해 보아야만 할 지점일 것이다.

 

   이 규탄문을 작성하는 현재, 세종호텔지부 동지들은 중구청에 행정대집행에 대한 항의 방문을 했으나 중구청은 다섯 명도 채 되지 않는 세종호텔지부 동지들을 상대로 수십 명의 건장한 남성 공무원들 및 또 수십 명의 방패 든 경찰들을 배치한 채 구청의 출입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그중 두 명의 동지는 중구청이 농성 천막을 철거한 자리에(늘 그래왔듯) 성인 두 사람이 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 대형 화단 혹은 말뚝을 박아 다시 농성 천막을 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주차장 앞에 제 몸을 내던져 차량을 가로막으려 하고 있다.

   왜, , , , 도대체 왜, 그냥 내 일터에서 일 좀 하겠다는 사람들이, 다른 게 아니라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피눈물을 흘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내가 일하던 회사에게 버림 받고 쫓겨나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목숨을 내던지고 투사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날 때부터 투사인가? 투사를 대량 양산하고 있는 것은 대관절 누구란 말인가?

 

   우리는 중구청의 오늘 이 만행을 잊지 않을 것이다.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국가폭력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김길성이라는 중구청장의 이름과, 그 집행을 적극 추진한 김금순이라는 건설관리과 가로정비팀 주무관의 이름 역시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의 알량한 승진욕과 자본에 기생해 콩고물 좀 얻어먹어 보려는 속셈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고 반드시 피로 새겨 기억할 것이다. 제 욕심을 위해 남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한 자는 제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되리라는 역사의 교훈을,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2344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