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수지 vs. 럭키야붕이. 아 진짜 제발
실화냐? 진짜, 진짜냐? 2022년 3월 9일, 그러니까 이 둘 중에서 그날 한 명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진짜 저 단어들만으로 이미 이 막장 같은 상황이 잘 드러나지만, 우리는 이 똥맛카레와 카레맛똥의 싸움이라는 구도를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인상비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지,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윤석열, 이재명 두 대선후보의 그간 행보에 관해서는 굳이 더 언급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굳이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지 않아도 매일같이 이 둘이 보여준 행보는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검찰 고발사주 의혹, 옵티머스 사건 무마 의혹, 삼부토건 접대 의혹, 대장동 부산저축은행 비리 관련 수사 무마 의혹, 장모 관련 여러 의혹들, 이재명의 음주운전, 경기대학교 기숙사 무단 징발,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 음식점 허가총량제 논란, 국제마피아 변론을 맡으며 조폭인 줄 몰랐다는 변명 등등. 굵직한 것들만 정리해 보아도 벌써 이 정도 줄줄줄 쏟아져 나온다. 이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언급하자면 아예 책을 한 권 써도 모자랄 정도이니, 이 이야기들은 우선 접고 넘어가 보자.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아나키즘에 입각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의 상황들을 바꾸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아나키즘은 무슨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며 모든 것이 다 의미 없으니 부숴버리자거나 도망치자거나 하는 허무주의와 패배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더 적극적으로, 내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기에 내가 모든 것을 직접, 다른 이들과 자유롭게 합의해 결정하는 것을 추구한다. 어려운 여러 이야기들을 다 제쳐놓더라도, 이런 의미에서 표가 필요할 때만 머리를 조아리며 우리가 주인인 것처럼 뽕을 맞추고 그때가 지나가면 다시 몇몇 소수의 대리인들에 의해 우리 삶이 법으로, 행정으로, 경찰력으로, 군대로 강제되는 모습은 결코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와는 나란히 설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현실이 이러한데 어떻게 하느냐고? 둘 중 하나 조금 덜 ㅈ되는 길을,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솔직히 말해보자. 오히려 20대 일각에서는 ‘이재명 찍고 탈조선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상황에서, ‘차악’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가? 이재명을 찍으면 이 반도 땅이 적화통일되며 중국공산당이 침범하고 윤석열을 찍으면 현타 온 북한이 핵을 퐁퐁 쏴서 서울불바다가 되는가? 그런 일은 우스개에 불과하며 설령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그렇게 되는 정도의 형편없는 나라라면 망해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차악은 없다.’ 어느것도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해서 지금의 내 삶의 모습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주지 않는다. 대통령을 뽑아서 해결될 문제들이었다면 김대중은 왜 국가보안법 없애겠다고 약속하고 못 지키고 노무현은 그 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문재인은 정규직화 약속 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면서 노동자를 위하는 척 쇼나 하고 있었겠는가. 이명박은 왜 국정원을 통해 사람들을 사찰하며 감시하고 용산에서 사람들 불태워 죽였고, 박근혜는 주술적 대리청정으로 감옥에 가야 했는가. 우리에게 ‘차악은 없다.’ 아직도 일터에서 과로로 죽고, 산재를 당하고, 빨려 들어가 죽고, 떨어져 죽고, 머리 깨져 죽고, 터져 죽고,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증오하고 혐오해야 하고 그걸 이용해 정치적 이익이나 챙기려 계산기 두드리고 있는 정치인들이 있고, 살인적으로 어려운 생계유지 때문에 출산은커녕 결혼조차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이런 사회에 ‘차악은 없다.’
기억해 보자. 박근혜가 탄핵되어 대통령직이 공석이었던 기간 동안 우리 삶에 어떤 거대한 위기나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가? 황교안이 국무총리로서 너무나 업무를 성실하고 완벽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었다고? 그래서 황교안이 이번 경선 내내 부정선거… 에휴, 말을 하지 말자. 그렇다면 반대로, 문재인이 당선되어 국사를 너무나 잘 돌보셨기 때문에 봉준호가 감화받아 기생충 같은 작품을 만들어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BTS도 문비어천가 부르면서 월드스타가 되고 오징어게임이 ‘그래도 민주당 찍어야 하는 거잖아요!!’하면서 세계적인 인기의 선풍을 끌었나? 그 누구를 데려다 놓는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내 삶에 악영향을 주면 주었지 결코 도움 되는 일 하나 없는 이 모든 체제 자체가 ‘악’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돌 인기투표 하듯이 이재명이냐 윤석열이냐를 굳이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해야 한다는 말인가?
거부하자. 이런 말도 안 되는 게임, 더 이상 못하겠으니 너희들끼리 인기투표를 하든 지지고 볶든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자. 우리 인생은 우리 것이지 너희들이 법 만들어서 안 지키면 벌금 때리고 잡아 가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자. 우리는 우리 주변에 굶주림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며 내 일처럼 아파하고, 누군가 길 가다가 봉변을 당했다 하면 남녀불문하고 우선 화를 내고, 잘못된 일들이 있으면 스스로 매번 나서 그것들을 뒤집어엎고 고쳐가며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운명을, 우리 인생을, 우리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니 이 미친 치킨게임의 무한궤도에서 우리는 비상 버튼을 눌러 탈출하자. 전쟁으로 무너져 내렸던 이 땅을 지금처럼 화려하게 바꾸어 놓은 것도 우리고, 누가 자기 욕심을 위해 사람들을 끌고 가서 때리고 고문하고 죽일 때마다 반드시 그를 끌어내렸던 것도 우리다. 몇몇 기업가들이 아니라 그 기업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로 생산한 우리, 몇몇 정치가들이 아니라 직접 시스템을 매번 앞으로 굴려 온 우리는, 충분히 다른 세계, 다른 미래,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다. 그러니까,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이 에일리언과 프레데터를 모두 거부하는 그 삶을 향해 나아가자. 2022년 3월 9일, 투표함이 텅텅 비어 그 누구도 감히 ‘너희가 투표로 직접 위임한 권력이다. 5년 동안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따위 말을 할 수 없게 하자. 투표를, 거부하자.
그래서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아무 대책도 없는 것 아니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삶과 아무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대통령을 뽑는 대선, 당장은 아니지만 이른바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는 총선이 아니라 우리 아파트 이야기하는 입주자대표회의, 그러니까 내가 사는 아파트, 그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우리 동네 주민 자치기구에 참여해서 직접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내 회사 활동에 주어진 업무만 꾸역꾸역 받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에 가입해 내 회사의 방향을 직접 정하거나 노동조합이 없다면 노동조합을 만들고, 취업을 해야 한다면 구직자 연대를 꾸려 노동조합과 함께 기업들의 운영방침에 관여해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우리 지역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방선거에 더 많은 관심과 비판과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관철시키자.
이번 대선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누군가는 반드시 패배할 것이고, 또다시 누구를 심판하네 마네 그 지루한 이야기들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그 모든 차악 운운이 아니라 이 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싶다. 두 번 다시 우리가 우리 삶과 관련 없는 일에 대신 화내고 대신 싸우고 대신 증오하는 굴레에 말려들어 가지 말자. 내가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을 우리의 선택과 우리 서로의 합의로 채워나가자. 그 시작으로, 다시 한번, 대선을, 투표를 거부하자.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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