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주점을 찾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후원주점 연대는 조금 더 각별한 느낌이 들었다. 하나는 이번에 후원주점을 연 곳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의 회원들 말고도 후원주점이 처음인 사람들도 함께였기 때문일 것이다.
후원주점에서 새삼 알게 되어 놀랐던 사실은 이주노조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현장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0년, 고용허가제 철폐,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이주노동자 직접 조직화를 위하여 '이주·취업의 자유 실현과 이주노동자 노동권 완전 쟁취를 위한 투쟁본부'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주노조는 20년이 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왔다. 후원주점 한가운데 펼친 스크린에 재생되고 있던 2002년 '집회결사의 자유 쟁취, 단속추방 분쇄, 노동비자 쟁취' 명동성당 농성 당시 영상과 후원주점에 참석한 당시 농성 참여자들이 그 역사를 증언하였다. 영상 속의 풍경은 2000년대의 그 풍경이었지만, 조합원들이 들고 있던 피켓의 구호는 '강제 추방 중단하라', '노동비자 쟁취하자', '고용허가제 철폐하라'라는 지금도 여전히 외치고 있는 구호라는 점이 씁쓸하게 여겨졌다.
이날 후원주점에는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회원들 외에도 예상 밖의 손님들이 함께했다. 이런 자리에 오는 '사'자 붙은 전문직이라면 으레 민변 출신의 변호사, 아니면 노동권 관련 상담을 하는 노무사는 자주 볼 수 있지만, 출입국 문제와 비자를 다루는 행정사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연찮게 행정사를 준비하는 분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업무 관련해서 피상적으로 여기던 이주노동자 문제를 직접 마주하게 된 점이 인상 깊다고 하였다. 크로포트킨이 <청년에게 고함>에서 말한 '민중에게 다가서는 것'의 시작이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피상적인 책 속의 학문과 법조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중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권유하는 것. 그것이 모든 운동의 시작일 것이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이주노동자의 당당한 권리 쟁취를 위해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앞으로도 함께 연대할 것이다. 또한, 그 길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할 것을 권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들만의 운동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새로운 길을 제안하고, 함께할 것이다.
2024년 7월 11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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