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성명 및 활동

안전지대 아닌 안전지대에서: 기아차 내부고발자 박미희 동지 복직투쟁 연대 보고 및 서초구 행정대집행 규탄문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8. 10. 15:41

안전지대 아닌 안전지대에서
 - 기아차 내부고발자 박미희 동지 복직투쟁 연대 보고 및 서초구 행정대집행 규탄문

 

 차량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서 나가고 싶은 사람도 있다. 현대차 자본과 서초구청, 서초경찰서 공권력에 의해 도시 한가운데의 섬에 갇혀 투쟁하고 있는 박미희 동지의 이야기이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박미희 동지의 복직투쟁과 농성장 침탈 규탄에 연대하고자 지난 6월부터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함께하였다.


불공정거래라서 불공정거래라 했을 뿐인데...

 우리가 뒤늦게 함께했을 뿐, 박미희 동지의 투쟁은 10년을 이어온 것이다. 2013년으로 되돌아 가보자. 당시 기아차의 판매노동자로 일하던 박미희 동지는 대리점주들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이로 인해 판매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였다. 기아차에서는 이러한 유통 비리에 대해 즉시 고발할 것을 장려해왔다. 박미희 동지는 사측이 말했던 대로 대리점주의 비리를 사내 신고처에 고발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해고당했다. (최창우, 2023)


이상한 일도 아니다.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자본과 권력은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진실을 감추려 했던가? 그런 그들에게 있어 잘못을 고발하란다고 진짜로 자신들에게 와서 고발한 박미희 동지가 제발로 자기들 입에 걸어들어온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낼 것이었다면 이 싸움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박미희 동지는 복직과 사내 부조리 해결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무려 10년을 싸워왔다.


그 돈이면 차라리 복직을 시켜라!

 회사의 잘못을 고치고, 내부고발자의 명예를 돌려달라는 박미희 동지의 외침에 기아차 자본은 무시, 흑색 선전, 그리고 탄압으로 일관해왔다. 그들은 박미희 동지의 요구사항을 전혀 수용하지 않은 채 사옥 주변에 용역들을 동원한 어용 시위를 벌이며 그 입을 막으려 들었다. (정희완, 2023) 뉴스타파의 취재에 의하면, 기아차의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은 원래 경호원으로 일하던 청년 노동자 30여 명을 용역으로 고용, 평균 일당 10만원을 지급하며 2시간씩 교대로 24시간 내내 집회를 방해할 것을 지시했다. 계산해보면, 현대 자본은 박미희 동지 한 명의 입을 막기 위해 매년 약 10억 원을 쓰는 셈이다! (김지윤, 2023a)


 돈을 퍼부어 입을 막는 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현대차 자본은 언론과 불법 사찰까지 동원해가며 박미희 동지를 말려죽이려 하고 있었다. 현대차가 박미희 동지의 1인 시위가 불편하다 하시니, 온 언론이 앞다투어 '불법 집회'다, '확성기 소음' 때문에 '민폐'라며 서로가 서로의 기사를 베께가며 기사 폭격에 나선 것이다. 정작 보행자들이 걸어다니는 거리를 막고 어용 집회를 벌이며, 오직 농성장 설치를 막기 위해 가짜 공사를 몇년째 벌이며 '민폐'를 끼치는 현대차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말이다. 이도 모자라 현대차는 박미희 동지와 이에 연대한 집회 참여자들의 행적을 용역과 경비원, CCTV를 총동원하여 사찰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의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김지윤, 2023b)


 그렇다면 우리의 '공정'하신 공권력께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런 현대차그룹의 부당한 행태로부터 박미희 동지를 보호해주는 것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다. 심지어 둘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는 위선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방역수칙을 핑계로 농성장을 침탈하고 그곳에 보관했던 '개인 재산'을 무단으로 압수, 폐기 처분한 것을 시작으로, (류승아, 2022) 이 글을 작성하던 지난 8월 9일에도 태풍 피해 예방을 핑계삼아 행정 대집행을 무단으로 강행하며 또다시 농성장을 파괴했다. 용역들의 행패에 사옥 앞 도로 한복판 안전거리로 밀려난 박미희 동지에게는 각종 행정법규를 들이밀며 집기류는 물론이고 현수막까지 뜯어갔지만, 정작 행패를 부린 용역들에게는 아무 손도 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진압방패로 친히 보호까지 해주시는 따뜻함을 보여주셨다. 저 길 건너 현기차 사옥 앞에만 태풍이 지나가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현기차 사옥 앞에만 그 놈의 '행정법규'가 먹히지 않는 것일까?


연대의 힘으로 자본과 권력의 이권 카르텔을 박살내자!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이럴 노력으로 복직을 시키고, 부조리를 해결하면 진작 끝날 일 아닌가?" 물론 그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부조리를 고치지 않으면 현대차와 대리점주들은 계속해서 부당이익을 취하고 판매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을 것이니까. 용역을 동원해서 집회를 방해하고 집회 참여자를 사찰하는 데 쓰는 돈보다 다시는 감히 현대차 자본께 대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온갖 행정적 핑계를 대가며 어용 집회에는 특혜를, 박미희 동지에게는 방해를 일삼으면 서초구청과 서초경찰서는 현대차 자본으로부터 떡고물이라도 하나 얻어먹고, '기업 친화', '불법 엄단'이라는 칭호를 얻을테니까. 온갖 미사여구와 논리를 동원하면서 펜대로 내부고발자와 그 집회를 찔러대면 언론에 막대한 광고비가 들어오니까. 서로의 이익을 위해 똘똘뭉쳐 약자를 탄압하고 괴롭히는 현대차 자본, 서초구청과 서초경찰서, 그리고 언론이야말로 지금 대통령이 길길이 날뛰며 때려잡겠다는 '이권 카르텔' 아닌가?


 하지만 정부는 이 자본과 권력의 이권 카르텔을 박살내지 않을 것이고,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들 자신이 그 카르텔의 일원이니까. 오직 우리들 자신만이 그 카르텔을 박살낼 수 있고, 그렇기에 수많은 이들이 오늘도 박미희 동지와 함께하고 있다. 누군가는 기타를 들고 와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는 밥을 가져와 사람들을 먹이며, 또 누군가는 맨몸으로 달려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도 박미희 동지의 투쟁이 승리하는 그 날까지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연대의 힘으로 저 '이권 카르텔', 아니 자본과 국가를 박살낼 것이다.



2023년 8월 10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참고자료
김지윤. (2023a) 현대차의 13년 집회방해와 검은 옷 청년들. 뉴스타파. 2022.08.03. 

https://newstapa.org/article/AgNAK
김지윤. (2023b) "시위자·기자 동선 보고"...현대차 용역의 '사찰' 증언. 뉴스타파. 2022.08.03. 

https://newstapa.org/article/jIV6f
류승아. (2022) 현장 돋보기 | 코로나를 해고노동자 탄압무기로 쓰는 서초구청과 서초경찰서. 밥통 웹진. 2022.09. 

https://babtong.kr/24/?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jt9&bmode=view&idx=12777140&t=board 
정희완. (2023) [단독]현대차가 양재동 사옥에 매일 집회신고하는 까닭. 주간경향. 2023.02.13. 

https://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2302031126061&code=115#c2b 
최창우. (2023) 기아차 내부고발 해고 노동자 박미희의 10년 싸움. 한겨레. 2023.06.07.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949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