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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가슴 속에 살아 해방을 노래하니―2023년 광주 봉기 순례 보고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5. 17. 14:16

동지는 가슴 속에 살아 해방을 노래하니

2023년 광주 봉기 순례 보고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5.18 광주 봉기를 기리기 위해 513일부터 14, 광주를 방문해 당시 사적지를 방문하고 묘역을 참배하는 등 광주 순례를 진행했다. 13일에는 들불야학 터, 시민군의 마지막 항쟁지였던 구 전남도청,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던 전일빌딩 및 대중을 연행해 고문했던 상무대를 복원한 5.18 자유공원 등의 사적지를 차례로 방문하는 한편, 저녁에는 광주와 아나키즘을 연결짓는 것들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어 14일에는 망월공원묘지에 방문해 5.18 유공자들을 모신 신 묘역과 민주 노동 농민 열사들을 모신 구 묘역 열사들을 참배하며 넋을 기렸다.

 

   광주 봉기와 관련된 여러 사적지를 돌아보면 알게 되겠지만, 광주 봉기는 그저 19805월에 일어났다 사라진 단편적 사건이 아니다. 광주 봉기는 과거와 미래를 합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우선 1978년 세워진 들불야학은 광주 봉기 당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들불야학의 강학들은 광주의 대중을 조직해 함께 계엄군에 맞서는 한편, 극심한 검열 탓에 진실과 사실을 보도하지 못하는 언론을 대신해 투사회보를 발행, 배포하며 광주 대중에게 계엄군의 행태 등 당시 상황을 알렸다. 광주 봉기가 있기 전부터 대중을 조직해 들불야학과 같은 풀뿌리 조직을 건설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기에 광주 대중은 봉기와 더불어 곧바로 전술 전략적 판단을 함께 논의할 수 있었고, 그것은 단순히 대중에 앞서 그들을 이끄는 것이 아닌 진정 함께투쟁하는 것으로 승화할 수 있었다.

   이후 광주 봉기에서의 계엄군의 끔찍한 만행, 그러한 계엄군에 맞서 싸웠던 광주 대중의 투쟁이 세상에 알려지며 민주화, 노동 등 여러 갈래로 한국 땅 대중들의 투쟁이 본격화되었다. 그 결과 19876월 항쟁 직후 노동자 대투쟁과 더불어 각지 노동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물론 이 과정은 이미 대중 스스로 자신의 삶을 조직하고 결정하는 방법을 보여주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리하여 우리가 더욱 함께 그 길에 서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기도 한다.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전두환이 물러났으나 정치권에서는 야합이 일어나 대중을 배신하는가 하면, 노동자 대투쟁 당시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 열사는 1987822일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지는 일이 있었음에도 시신을 탈취당하는가 하면 당시 장례준비위원회의 한 사람이었던 노무현은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한진중공업에서의 일에 무어라 지껄였는지,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35년 뒤인 2022, 같은 기업에서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외침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났으나 국가는 헬기를 띄워 폭력 진압 가능성을 시사하며 노동자들을 겁박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그것이 북한의 지시였다며 간첩 혐의까지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는 오늘을,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듯 광주 봉기 이후 이 땅의 모든 투쟁은, 여전히 종료되지 않은 대중의 투쟁은 광주 봉기의 중력을 벗어나려 해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이 광주 봉기를 기림에 있어 그저 19805월의 광주만을 기억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가가 ‘5.18 유공자내지 ‘5.18 희생자로 인정한 이들만을 선별적으로 납치해 묻어둔 신 묘역뿐만 아니라 민주 노동 농민, 그 모든 열사가 모셔진 구 묘역 역시 함께 기억한다. 이 둘은 나뉠 수 없으며, 나눌 수도 없고, 나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윤상원을 비롯한 그 모든 광주 투사들은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이 갈라치기를 땅속에서 탄식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땅에서 투쟁하는 이들은 매일같이 광주 봉기를 위해 바쳐진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우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늘 같은 뜻을 기린다. 이 땅 민중의 노래, 노동자 민중의 노래 등의 수식어가 임을 위한 행진곡 앞에 매번 따라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고, 억울함과 원통함, 분노를 넘어 투쟁해 가는 모든 이들은 19805월이 그때 멈춰 있지 않고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있음을 몸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매일 부른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언제나 이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계속해 광주를 기억하는 것은 이 모든 연결 고리를 관통하는 행위이며, 그 역사의 틈바구니,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왜 할 것인가를 되새기는 일이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투쟁하는 모든 대중과 함께, 해방의 그날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이다.

 

 

2023517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