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上霑血者不歸―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영전에 부쳐
手上霑血者不歸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영전에 부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경찰, 검찰에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일이 얼마나 사람 피를 말리는 일인지. 그러나 거기까지는 괜찮다. 내 행동에 스스로 떳떳하고 마음에 거리낌이 없다면, 그따위 것쯤 곁의 동지들과 한 잔 술에 안줏거리 삼아 비웃어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심지어 전혀 말도 되지 않는 혐의를 뒤집어쓰게 되면 그 억울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 억울함은 그 어떤 말로도, 심지어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아득함이다. 유명을 달리하신 동지의 심정에 눈앞이 어두워질 따름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23년 5월 1일, 세계노동절을 맞이하던 와중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곧바로 서울 한림성심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5월 2일 오늘, 결국 돌아오지 못하는 길로 들어섰다. 자세한 내역은 적지 않겠다. 유가족의 슬픔을 차마 헤아릴 자신조차 없기 때문이 첫째요, 살인마 윤석열이 영면에 든 동지의 이야기를 받아 듣는다 해도 그의 마음에 어떠한 변화도 없으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 그 둘째 이유다. 윤석열, 네가 건설노조를 상대로 벌인 테러가 결국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이것이 오로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니 우리는 윤석열 너를 살인마라는 표현 외에 다른 말로 부를 수가 없다. 윤석열, 너는 전두환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는 살인마다.
그간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윤석열 퇴진 등의 구호에 다소의 거리를 두어 왔다. 윤석열을 옹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 하나 바꾸고 마는 집권 운운이 결코 세상을 바꿔내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역시 살인마 윤석열, 너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글로 남긴다. 스페인에서 왕정을 끝장내기 위해 나섰던 우리 동지 두루티의 이름과 함께, 독재를 끝장내기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우리 동지 볼린과 마흐노의 이름과 함께, 우리는 살인마 윤석열 너의 이 살인적 사법 테러 행위를, 이 소름끼치는 사법 살인을 끝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덧붙여, 우리는 세계노동절에 항거를 결의한 동지를 보며 전 세계 노동자의 역사를 떠올린다. 노동절, 메이데이 역시 정권이 미국 사회에서 때려잡기 만만했던 이주노동자들의 신문을 때려잡은 데에서, 그 어떤 증거도 없이 여덟 명의 아나키스트에게 억지 혐의를 뒤집어씌워 사법 살인한 데에서 기인했음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手上霑血者不歸. 손에 피를 묻힌 자, 돌아갈 수 없다 했다. 살인마 윤석열, 네 손에 스스로 피를 묻혔으니 네가 전 세계 노동대중의 분노에서 벗어날 길은 이제 없다. 우리는 역사의 교훈으로, 노동자로 선 모든 이들과 더욱 굳게 단결하고 더욱 굳게 연대하여 반드시 너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말 것이다. 각오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