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가서 일해봐라 — 쿠팡물류센터지회 폭염투쟁 결의대회 참가 보고
삼복더위라고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아스팥트가 뿜어내는 열기가 뒤섞인 지난 8월 1일 잠실역 쿠팡 본사 앞은 집회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될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행사를 위해 준비한 통얼음의 냉기를 조금이라도 받으려 가까이 붙거나, 아니면 냉수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모인 이유였던 쿠팡의 열악한 폭염대책으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국내 1위 전자상거래 업체"라고 스스로 자랑하며, '네카라쿠배'의 일원으로 많은 IT인들이 꿈의 직장으로 여기는 쿠팡이지만, 정작 그 쿠팡을 지탱하는 수많은 물류센터의 노동자들에게는 1등 업체도 아니요, 꿈의 직장은 더더욱 아니었다.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 쿠팡 물류센터에는 휴식시설은 커녕 제대로 된 냉난방시설조차 갖추어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냉방이 이루어지는 곳은 사람이 아닌 상품을 위해 온도를 맞춘 신선창고와 냉동창고 정도였다. 휴게실은 커녕 앉을 의자 하나 찾기도 힘들 뿐더러, 그마저도 잠깐 걸터앉으면 언제까지 쉴거냐는 관리자의 질타가 들어오기 일쑤였다.
이렇듯 열악한 노동환경의 대가는 누가 치렀는가? 당연히 수많은 쿠팡의 노동자들이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쿠팡에서는 외주업체를 포함해 13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올해도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을 지탱하기 위해 밤새 배달을 하던 노동자가 둘이나 숨졌다. 그렇다면 그 과실은 누가 누렸는가? 당연히 작년에만 13억 달러에 달하는 이윤을 낸 쿠팡 사측이다.
희생하는 사람 따로, 득보는 사람 따로인 현실을 바꾸고자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세웠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엄청난 요구가 아니었다. "폭염대책 마련하라!", "휴게시설, 휴게시간 보장하라!",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였다. 이에 대해 사측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조합원 해고, 가공할 분량의 블랙리스트, 그리고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마시던 캔커피를 맥주로 둔갑시켜 '노조가 사옥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가짜뉴스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을 시키고, 실리콘밸리에서 경영진을 모셔오며 '글로벌 기업'을 내세우는 쿠팡의 추악한 '코리안 스타일'이었다.
그럼에도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은 끊임없이 싸웠다. 전국 물류센터를 돌며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열악한 근무환경 사례들을 모아 세상에 알렸다. 그렇게 해서 무엇을 쟁취했는가? 정성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 지회장은 이날 발언에서 노동조합의 성과를 말하며 안성, 인천, 평택 등 곳곳의 물류센터들을 언급했다. 에어컨을 설치한 물류창고, 휴게실을 설치한 물류창고들이었다. 국내 1위 업체에 에어컨 하나를 들이고, 땀 닦고 물 한모금 들이킬 휴게실 의자 하나를 들이기 위해서 이렇게 싸워온 것이다.
행사의 마지막은 쿠팡의 미비한 폭염대책과 휴게시간 미보장을 규탄하는 얼음깨기 퍼포먼스였다. 얼음에는 참가자들이 쿠팡에 요구하는 수많은 글귀들이 붙어있었다. "휴게시간 보장하라", "냉방시설 설치하라" 등 수많은 요구들이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글귀는 "쿠팡 경영진, 니들이 가서 일해봐라!"였다. 당신들의 막대한 이윤이 어디서, 누구의 희생으로 나오는 것인지 깨달으라는 일갈처럼 들렸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위해 몸을 불사르고 있는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투쟁에 계속 함께할 것이다.